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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뷰/독서

알베르 카뮈 <페스트> 후기

by AlKongD 2022. 2. 12.

역사상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읽어보았습니다.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다시 한번 대중의 관심을 받은 재난 소설이자, 이러한 재난 상황에서 인간의 선택과 태도를 묘사한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 페스트의 감상 후기를 포스팅해 보겠습니다.

 

 

 

알베르 카뮈 <페스트> 후기

 

페스트 선택

1947년에 발표된 프랑스 소설로 알베르 카뮈의 작품들 중 상업적으로 성공한 최초의 소설이라고 합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정말 다양한 출판사에서 번역하고 있습니다. 민음사, 더스토리, 문학동네, 동서문화사, 책세상, 별글 등등.
 인터넷에 가볍게 조사해 보니 열린책들 버전의 책이 그나마 좀 쉽게 번역되었다고 하는데, 막상 열린책들의 페스트를 봐도 어려운 건 매한가지라 지인의 추천을 믿고 김화영 번역가가 번역한 민음사의 페스트를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는다면 다소 어렵다고 여겨지는 페스트를 이해하는데 더욱 도움이 되겠지만, 그럴 만큼 열정적이지는 않기에 다른 출판사의 책은 훗날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알베르카뮈-민음사-표지

표지에 대하여.

 민음사의 겉표지는 뭉크의 <죽음의 침대>라는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책을 읽어보기 전에는 페스트로 인해 죽은 사람과 그 가족들을 그려냈구나 하는...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는 그림 속의 인물들과 책 속의 등장인물들이 겹쳐지면서 고통받으며 페스트를 싸웠던 환자들과 그 환자를 지켜보며 절망한 그들의 무거운 마음, 절망 등이 떠오르며 그저 가볍게만 볼 수 없는 그림이 되었습니다. 

 

 

페스트 소설에 관한 이야기

 소설 페스트는 '오랑'이라는 도시에 페스트가 퍼지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페스트의 확산으로 인한 정부 차원의 조치들 그에 따른 시민들의 심경과 변화, 확산을 막기 위한 의사들의 노력, 위기를 기회로 삼는 인간들 등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묘사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코로나가 시작된 이래 우리가 직접 겪은 일련의 상황들과 소설 속 모습들은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소설에 더욱 몰입하고 공감하며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페스트의 확산으로 국경을 봉쇄함에 따라서 '오랑'의 시민들은 그곳에 갇히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헤어짐. 기약 없는 만남. 그로 인해 점점 무기력하게 표현되는 오랑 시민들. 그들이 겪은 조치는 우리가 겪은 '거리 두기'보다 훨씬 강도 높았기에 그들의 우울감을 더욱더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아이의 고통스럽고 처절한 사투를 그린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처음 사용하는 혈청으로 인해 이 아이의 운명이 바뀔 줄 알았습니다. 이 장면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전환되고 환희의 순간이 도래할 줄 알았는데, 허망하게도 그리고 잔인하게도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절망적인 분위기만 풍겼습니다.

 

물론 오랑 시민들은 페스트를 이겨냅니다. 사실 이겨냈다기보다는 페스트가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버텼다고 보는 게 맞겠지만, 암튼 오랜 시간 억눌렸던 만큼, 또 페스트를 이겨내기 위해 많은 희생과 연대로 노력하고 고생해왔던 만큼 시민들은 정말 즐거워합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를 즐기지 못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있었기에 시민들의 즐거움에 찝찝함이 있기도 했습니다. 페스트에 대항한 선의로 차있는 사람들의 슬픔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소 읽기 어려웠던 소설 페스트

 가볍고 직관적인 표현으로 진행하는 소설들을 주로 읽어왔던 터라, 처음 읽어 본 카뮈의 소설은 다소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은유와 상징, 호흡이 긴 문장들이 많이 담겨있었고, 그로 인해 그 속에 담긴 의의와 카뮈의 사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한 문장 한 문장 반복해서 읽고 곱씹어 보아야 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읽는다 해서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일부분이라도 알기 위해서는 시간과 뇌를 투자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소설이라는 작품의 특성상 모든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전반적인 내용이나 인물들의 심리를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볍게 읽고자 한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 특별히 시간을 더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카뮈가 진정 말하고자 했던 바는 그 이해할 수 없는 문장들에 많이 내포되어 있겠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소설들이 그렇듯 소설의 문체가 익숙해지는 중반부가 되면 좀 더 읽을 만해지고 더 재미있고 더 속도감 있어진다는 것입니다.

 소설 속 세세한 표현들이 소설을 읽기 어렵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설 속 분위기, 인물들의 감정, 느낌 등을 훨씬 선명하게 체감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보여주는 절망적인 상황, 우정, 죽음, 환희의 순간 등 소설 속 큰 흐름이 변할 때마다 카뮈의 세세한 문장 표현들로 인해 저의 감정들도 그 흐름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마무리

총평 ★★★

 문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 번의 감상으로 알베르 카뮈의 이 소설이 어떤 면에서 극찬을 받고 위대한 작품인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초반 적응하기 어려웠던 문체와 지루한 내용은 고전은 역시 어렵구나라는 생각을 확고히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중반부터는 책장을 멈출 수 없을 만큼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초반의 어려움으로 별 3개에 그쳤지만 후반부만은 별 4개도 아깝지 않을 만큼 재미있으니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2016년 서태지의 음악으로 만든 뮤지컬 페스트가 공연되었다고 합니다. 음악적인 면에서 호평을 받았으나 전체적인 뮤지컬의 완성도는 미흡하다는 평을 받았다고 하는데, 책 내용에 만족하시고 또 서태지의 팬이시라면 유튜브에 검색해서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뮤지컬 페스트 유튜브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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