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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뷰/독서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후기

by AlKongD 2022. 2. 9.

공공도서관 대출 1~2위를 다툰다고 하는 과학 서적 '이기적 유전자'를 읽어 보았습니다. tvN 프로그램 [요즘 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다루기도 했던 이기적 유전자는 1976년에 처음 출간된 책임에도 여전히 인기가 많은 대중 과학서입니다.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으로 유전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기적 유전자 독서 후기를 써보겠습니다.

 

 

 

 

이기적 유전자 후기

가장 최근에 출판된 이기적 유전자는 검은색의 40주년 기념판이지만 그 이전에 출판된 전면 개정판과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하여 2010년에 나온 이기적 유전자 전면 개정판을 읽었습니다.  

 

 

간단 정리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에 출간한 이기적 유전자는 그가 직접 연구해 작성한 책은 아니고 여러 진화생물학자들이 연구한 내용을 종합하여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쓴 책입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책이지만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는 간단합니다. 생명체의 진화는 집단이나 개체 단위가 아닌 유전자 그 자체이며, 생물들은 이런 유전자의 복제를 위한 생존 기계다라는 것입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런 이기적 유전자 이론을 자세히 설명하고 설득하기 위해 모성애, 세대 간의 경쟁, 암컷과 수컷의 경쟁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여러 가지 예를 들여 설명합니다.

 때문에 500페이지의 분량이 부담스럽다거나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흥미롭고 다양한 예시들로 인해 지루하지 않게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독서 중에 빠르게 속도를 내며 읽기가 어려웠는데, 내용이나 용어의 어려움 때문이라기 보단 어색하고 매끄럽지 못한 번역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 (전문 번역가가 아닌 분이 번역을 했다고 하더라도 한국말을 할 줄 안다면 책 속의 문장이 이상하다는 것쯤은 느낄 텐데 이런 번역으로 어떻게 책 낼 생각을 했는지... 너무 성의 없다고 생각한다.)
  • (인터넷으로 이기적 유전자의 번역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매끄럽지 못한 번역뿐만 아니라 오역도 상당히 존재한다고 합니다. 전면 개정판의 번역도 개판이라고 하면 오버인가. )

 

 

정설이 된 이기적 유전자 이론

너무나도 흥미롭게 이 책을 읽으면서도 궁금했던 것은 '이 책의 이론이 얼마나 인정받고 있는가?'였습니다. 출판된 지 45년이 지난 상당히 오래된 이론이기도 하고, 또 제가 기존에 어설프게 알고 있던 진화론은 집단 선택설에 가까웠었기 때문입니다. 어디선가 쥐의 집단 자살 같은 이야기도 들었던 터라 알게 모르게 집단 선택설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그네 쥐의 집단 자살은 사실이 아니고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극적인 장면을 위해 인위적으로 절벽으로 몰았기 때문에 벌어진 오해라고 합니다.)

 

아무튼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현재 어느 정도 정론에 가까운 이론인 듯싶습니다. <요즘 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에서도 어느 정도 정설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또 진화심리학자 전중환 님이 쓰신 <진화한 마음>이라는 책에서도 이 이론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도 결국 유전자 탓

  이기적 유전자는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 1~4장은 유전자 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배경지식에 해당하고 5장부터 본격적인 유전자 이야기가 시작된다. 

 6장에서는 모성애라던가 형제 또는 쌍둥이가 어째서 서로에게 친근함을 가지게 되는지, 어째서 서로에게 이타적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하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파트 중에 하나였다. 요약하자면 자신이 가족에게 긍정적 감정을 느끼는 것은 단순히 가족들이 자신의 유전자를 가졌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다.

 유전자가 널리 퍼지기 위해서는 그 유전자가 속한 생물이 오래오래 살아 많은 번식을 하는 방법도 존재하지만, 자신가 같은 유전자 복사본을 가진 존재들(자식, 형제 등)이 많은 번식을 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내용에 의하면 나의 유전자 복사본을 가진 존재들이 번식을 잘할 수 있게 끔 잘 대해주려는 이타적 감정이 진화되어 사랑이란 감정으로 발전된 것이 아닐까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의미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물론 다른 동물들에게 있어서도)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며, 높은 가치를 지닌 감정과 태도라고 생각해왔다. 이런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부모나 가족 간의 희생은 그 사랑을 보여주는 고귀한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모든 고귀함이 단지 유전자의 부흥을 위한, 이타성으로 위장한 이기적 행동이라는 사실에 내가 생각해왔던 '사랑'의 가치가 깨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양반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천한 노비의 자식이었다는 느낌. 출신을 극복할 수 없는 서얼이 된 느낌. 고귀하고 고결하며 성스럽다 생각했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알고 보니 이기적 목적성을 가지고 태어난 천한 출신이라는 느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100% 순수한 이타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물론 그럼에도 사랑받고 사랑하는 행위를 멈추진 않을 테지만 찝찝한 기분은 어찌할 수가 없다.

 

도서-이기적-유전자-전면개정판
도서 이기적 유전자- 전면개정판

 

 

마무리

총평 ★★★

번역의 품질만 좀 더 좋았다면 훨씬 좋은 평을 주고 싶은 책이다. 그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인데, 읽다 보면 짜증 샘솟는 번역 때문에 별 3개에 그쳤다. 

38p
어떤 행성에서 지적 생물이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생물이 자기의 존재 이유를 처음으로 알아냈을 때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 유전자는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기원을 설명한다. 그렇기에 과학적 사실만을 다루고 있음에도 여러 다양한 생각, 철학적 질문 또는 참신한 망상을 떠오르게 하는 독특함을 가진 책이다. 귀찮음으로 인해 떠오른 생각의 일부만을 후기에 남겼지만...

 암튼 읽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책이기에 읽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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